미국에 10년넘게 거주하며 남일이라고만 생각했던 보이스 피싱 전화를 며칠 전 받았습니다.

 

평일 오후에 워싱턴 디시 지역번호인 202로 시작하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고,

 

최근에 이직 인터뷰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터라, 혹시 리크루터인가 하는 반가운 마음에

 

잽싸게 전화에  "hello"를 외쳤으나 한국말이 들려오네요.

 

 

 

워싱턴 주재 대사관 직원이라며 내 이름을 대며 본인이 맞냐고, 

 

서울 법원에서 급하게 본인 이름으로 열람해야 할 서류가 왔다고 하네요.

 

(사실 여기서부터 의아했던게 개인 관련 서류일은 보통 대사관이 아닌 영사관에서 하고,
한국 기관에서 나한테 서류를 보낼 일이 있으면 주민등록상 주소인 부모님 댁으로 연락이 갔어야 해서 긴가민가 하는데,

상대편 억양, 목소리, 단어 등등이 120% 공무원스러워 저도 모르게 전화를 끊지 못하고 계속 통화를 하게 됩니다.)

 

(나): 실례지만 전화하신 분은 누구시죠?
(스캐머): 워싱턴 디시 대사관에 근무하는 사무관 (또박또박하게) 박. 우. 진 입니다.

(나):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하면 되죠?

(스캐머): 이게 오늘 중으로 급하게 열람하셔야 해서, 혹시 지금 컴퓨터 사용 가능하신가요?

(나): 잠시만요. 네 지금 가능합니다.

(스캐머):  그러면 주소창에 www지우시고요, 제가 불러주는 주소 입력하시면 됩니다.

이 순간 아 이새x 사기꾼이구나 하는 생각이 번쩍 들어 더 이상 집중할 가치가 없다고 결정합니다.

 

(스캐머): 주소는 abc... (정확한 주소는 기억 안남)

(나): 아 그런데 제가 지금 급한 일이 생겨 나중에 전화 드리면 안될까요?

(스캐머): 언제요?
(나): 아마 다음주 쯤?

(스캐머): 제가 조금 이따 전화 드리면 안될까요?
(나): 급한일이 있어 오늘은 힘들것 같네요.

 

그제서야 눈치를 깠는지 알겠다며 의외로 공손히 전화를 끊네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글에 검색해 보니, 벌써 이런 사기꾼 전화를 받은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http://www.koreatimes.com/article/1551019

 

가짜 구속영장 · 웹사이트까지 등장 주미대사관 보이스피싱 갈수록 교묘 - 미주 한국일보

지난 5일 뉴저지에 거주하는 60대 한인 장모씨는 워싱턴DC 주미대사관으로 표시된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자신을 정모 사무관이라고 소개한 남성이 다짜고짜 “한국 검찰청에 고소된 사건과

www.koreatimes.com

 

 

아마 스캐머가 시키는 대로 순순히 따라했다면, 가짜 법원 웹사이트에 접속시켜 주민등록을 입력하게 한 뒤, 

본인 이름으로 발부된 영장 같은 서류가 나타났을 거고, 그 후에 아마 금품을 요구했을 것 같습니다.

 

 

보통 보이스피싱은 어눌한 조선족 말투의 사기꾼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생각보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어휘와 억양을 구사해 자칫 피해를 받는 분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보이스 피싱 관련해서 재밌는 기사가 생각나서 아래에 링크합니다.

 

 

1. 보이스 왁싱

한국 스트리머가 라이브 방송 중 500,000 입금 확인하고 약속대로 수염을 밀었는데, 알고보니 입금 금액은 1원이고 입금자명이 "신협 500,000".

 

https://www.fmkorea.com/4405126146

 

보이스왁싱 당한 유튜버

기분상해죄는 아님 ㅋㅋㅋㅋㅋ

www.fmkorea.com

 

 

 

2. 짐바브웨 달러 스캠

외국 스트리머가 라이브 방송중 $100,000 입금된 (미국 달러로 약 1억4천) 것을 보고 삭발을 했으나, 알고보니 미국 달러가 아니라 짐바브웨달러... 100,000 짐바브웨 달러는 미국 달러 약 20달러임 (한국돈으로 약 3만원)

https://www.instagram.com/alex21century/reel/DFN3GVvIel5/

 

 

라이브 방송중 스캐머에게 사기당한후 좌절한 스트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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